비, 평화

#1

 어제가 생일이었다. 집에서는 양력 생일이 무슨 점괘 상 안 좋다 하여 어머니께서 극구 음력으로 생일을 하자 시지만, 확실히 1987년 6월 19일에 나는 어머니를 배 아프게 하며 세상의 빛을 눈에 받아들였던 것 같다.
 세계엔 6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1년은 365일이다. 그 속에 같은 날짜로 태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하루하루가 생일이고 모두가 주인공이었을 법인데, 생일 하나로 마치 그날만큼은 주인이 되고 싶진 않았다. 스스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넘어가려 했으나 이따금 지인과 친구들의 축하 메세지가 날아와 주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더 고마워해야 하는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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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마

 좁은 자취방 구석에서 자주 나가진 않아서 얼마나 내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좁은 유리창 막을 자주 두드리는 걸로 보면 장마가 오긴 왔나 보다. 비가 오는 건 관계없지만, 이왕 오는 거 소나기같이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으련만.
 비가 불규칙하고 어중간하게 내리는 건 온몸의 흉터들이 비명을 질러대서 싫어하지마는 얼마간의 우기가 지속하는 장마 자체는 싫지가 않다. 싱크대 망을 일주일 동안 안 털어줘서 막혀버린 비누거품 물이 망을 들어내기 무섭게 빠지는 것처럼 개운한 맛은 없지만, 그 묵은 때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느낌이 나는 싫지 않다. 비가 오는 날은 내 인생에 매번 깨끗한 흔적을 남겨주진 못했지만, 이 시기만큼은 이상할 정도의 평화를 느끼는 것이었다.

이 어수룩한 추억마저도 조금씩 씻어가 줬으면 좋겠다.
울적한 기분도, 지난날의 힘든 기억도. 조금씩. 조금씩. 차마 벗기지 못한 것들을.

Posted by BULUB

2008/06/20 05:48 2008/06/2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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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김치볶음

자취생인지라 요리를 직접 해먹을 기회가 참 많은듯 합니다. 물론 지금 다뤄볼 녀석은 한 달에 한번 먹어볼까 성 싶은, 자취생에겐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만으로도 호화 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술안주 / 간식 / 밥반찬의 범용성이 큰데다가 비교적 적절한 소재 값과 쉬운 조리법이 뒷받침해주고 있어서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우선 준비물. 2인분 기준입니다.

주 재료는 삼겹살 300g, 김치 100~150g
부가적으로 당근(중) 1개, 감자(중) 1개, 파 한 줌, 양파(중) 1개, 김 가루 한 줌


삼겹살 대신 목살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삼겹살은 한입에 먹기 좋게 썰어두는 것이 좋고 가능한 냉동보다는, 비싸긴 하지만 생삼겹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치는 고기보다는 많지 않게 하는 범주에서 취향에 따라 적당량을 넣고, 볶음을 할 용도로서 시중에 파는 김치와 같은 적당히 익은 것이 쓰기 좋습니다. 김칫물도 세스푼 정도 곁들여주는 게 좋구요.

당근과 감자, 양파, 파는 미리 손질해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줍니다. 비교적 오랫동안 열에 노출될 것이기에 카레에 넣을만한 주사위 크기 썰기도 관계없습니다. 당근과 양파 / 파, 양파, 김 가루 두 분류로 따로 담아서 준비해둡시다.

조미료로 마가린, 다진 마늘, 청주, 간장, 후추, 참기름, 물엿(요리당), 굴 소스
부가조미료로 고추장 혹은 고춧가루, 깨소금, 칠리 소스


조금 많이 들어간다고도 싶은데, 사실 간을 할거라면 간장 정도만 있어도 충분할 겁니다. 저 조미료들의 역할들에 있어선, 레시피를 따라가면서 더 설명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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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다 되면 시작해봅시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볶음용 보울 후라이팬을 꺼내어 우선 메인이 되는 삼겹살과 김치를 깔아서 배치합니다. 중심부엔 식물성 마가린을 두스푼 정도 깔아두어서 중간불로 열을 가하여서 후라이팬을 가열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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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린이 거의 다 녹아서 풀어질 즘에 당근과 감자 같은 딱딱한 재료를 넣어줍니다. 사진에선 당근이 준비되지 않아 감자만 넣었는데, 일단 부가 재료를 넣은 시점에서부터 슬슬 큰불을 올리고 가볍게 섞어주면서 볶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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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조미료 투입. 다진 마늘과 청주부터 넣습니다. 돼지고기 고유의 약한 비린내를 없애주고 고유 향을 이끌어주기 위해서죠. 돼지고기는 오래 확실히 익혀야 하므로 중도에 비린 맛이 제거될 수도 있지만 입안에 들어갔을 때 깔끔함을 살려주는 효과가 큽니다. 다진마늘 두스푼, 청주 두스푼을 넣고 2~3분 더 휘저으며 볶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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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파, 김가루 등의 비교적 무른 재료를 마저 투입시킵니다. 김 가루는 시중의 도시락용 김을 잘게 뜯어서 넣는 것도 좋고, 마른 김가루라면 소금물에 불려뒀다가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로 참기름, 고춧가루/고추장/스위트 칠리소스, 후추, 물엿, 을 두 스푼씩 넣어주면 재료에서 기름과 물이 조금씩 빠져나와 소스와 합쳐져 조금 물기가 바닥에 차게 되는데, 큰 불을 유지한 채로 계속 휘저어주며 3분간 더 익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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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는 이게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요리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굴 소스. 모든 볶음 요리에 넣었을 때 그 효과는 확실히 보장해준다 하겠습니다. 매운맛 굴소스가 따로 나오는 모양인데, 그걸 쓰면 더 좋겠죠. 서너스푼 정도 넣어주고 섞어준 뒤, 중간불로 바꿔 눌러서 숨을 죽이고 소스가 완전히 조려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가열해줍니다. 삼겹살에서 나온 돼지기름과 마가린이 받쳐주지 못해 타지 않는 선에서 불을 끄고 깨소금을 넣고 섞어주어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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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의 소개보다는 재료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완성 샷. 그래도 맛은 좋더군요 (-_-* 저는 푸짐한 와인 안주 목적으로 비교적 단맛이 강하게 하는 쪽으로 굴 소스와 물엿을 약간 더 넣어봤습니다. 매콤하게 만들려면 핫 칠리소스, 쌩 맵게 만들려면 고추장과 마늘 트리를 타면 되겠죠.

여담으로... 함께 마신 와인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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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이 맞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스페인산 스위트 와인인 그랑비아입니다. 저렴한 축의 하우스 와인으로, 대형 마트 등지에서 15,000원 안팎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도수가 조금 있고 (12%  vol) 레드인지라 강하게 넘김이 몰려오지만 그 축에서도 대단히 드라이한 부분을 절제한 스위트 와인이라 스모크 치즈 등과 궁합이 좋지요. 삼겹살 조리하기 전 살짝 숙성을 시키게 미리 뿌리는 법도 있지만, 청주를 쓰는 것으로 대신했더랬지요. 그냥 마시기도 아까울 판이라 [...]

그래도 뭐 딱히 자취생 정도라면 큰 대접용 아니랄까봐에야 시도도 못 해보겠죠 (-_-)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요리와 와인 한잔으로 저녁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BULUB

2008/06/14 00:55 2008/06/1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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